아이러니한 현실

“일상의 부자연스러운 풍경들에 대하여”

 

자연스럽다는 것은 뭘까? 어릴 적 나는 자유로운 아이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섞이며 공동의 규범을 배우고 무얼 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육되었다. 착한 아이는 뛰어다니면 안 되고 말을 크게 해서도 안 되며 선생님 말씀에 대꾸하지 않고 복종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해선 안 되고 물어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해야 한다고 배운 대로 움직이고 있는 내가 부자연스러웠다. 때때로 답답했고, 어른이 되어 그 답답함은 더욱 커졌다. 어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돈이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살고 싶은 곳에 살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했다. 나는 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사회의 규범과 돈이라는 권력에 따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되풀이하고 있는 존재였다.

 

나는 우리 대부분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움직임이 당연하며 그다지 부자연스럽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는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보통 부모님이 자기 전에 읽어준다는 동화를, 나는 한참 크고 나서야 읽게 되었다. 아름답게만 쓰여진 동화는 위선자와 같았고 현실성 없게 느껴졌다. 동화책, 교과서 등 여러 가지 책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졌고 어쩌면 이것들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가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 순응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삐까뻔쩍한 건물과 빛나는 간판들로 가득 찬 도시의 풍경을 보면 이미 온 지구가 인간의 발전한 문명으로 뒤덮인 이 편리한 세상이 이러한 삶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들기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나조차도 이 편리함을 누리며 사방이 막힌 곳에 몸을 눕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문명적인 생활에 댓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재개발 구역에 자주 살았던 나는 동네가 통째로 허물어지고 높은 건물들을 세우기 위해 공사하는 장면을 여럿 목격했다. 며칠 전까지 사람이 살던 집이 폭탄이 터진 듯 부셔졌고 곧 공사장 가림막이 세워졌다. 거기엔 대개 숲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가 붙어 있었다. 원래 사람들을 몰아내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포장한 아이러니한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싶어 하면서도 인테리어를 위한 벽지나 소품들은 자연을 닮은 것을 선호한다. 휴가에는 산과 바다를 가고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자연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아스팔트 바닥과 수많은 건물들로 인간 외의 동물들을 몰아냈으면서 길에 사는 동물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먹이를 챙겨준다. 이렇듯 모순적인 태도는 문명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도 고통받는 존재로서 길에 사는 동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구속되지 않는 자연에 향수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내가 느끼는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는 나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라고 믿으며 작업을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한다.